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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알리스슈바 2007. 12. 21. 18:54

어린이와 그림책 이라는 지침서를 읽고,

그 책에 언급된 책들 중에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책의 삽화 그림이 눈길을 끌어

얼른 책을 주문했다.

 

현하에게 잠깐 책을 보여주기만 하고

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오가며 책을 읽는데.. 처음에는 문장이 좀 장황하여 재미를 못느꼈다.

참 좋은 책이라는 둥, 정말 재미있다는 둥,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책을 있는 그대로 편안히 읽지 않고, 나도 모르게 뭐가 어떻다는 거야? 하는 태도로 읽으니

더욱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1/3정도 읽은 때부터 점점 책 내용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말 지하철 바닥에 뒹굴고 싶을 만큼 재미있어졌다.

후반부로 갈 수록 책의 눈높이에 적응이 되고, 내가 어린아이가 된 마냥 흥미진진 빠져들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아쉬움에 다시 첫페이지를 펼치고

지금껏 읽었던 내용들을 되짚어 읽게 되었다.

다시 보니 처음에 내가 지루하게 읽은 부분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과연 내게 무슨 마법이 일어난 걸까?

 

시덥잖게 책을 분석하려는 마음 자세로 읽으니 책이 재미 있을 수가 없겠지...

 

갑자기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 나오던 말이 생각났다.

옛그림을 감상할 때에는 옛사람의 눈으로, 옛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라던.

 

어린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적 눈과 마음으로 보아야 했던 것이다.

 

천방지축 두꺼비 토드를 보며, 현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2009.06.03)

지난 4월 드디어 현하가 이 책을 읽고 내게 와서 재미있다고 난리가 났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그 느낌을 현하와 공유하지 못해 안달났던 것처럼 현하도 그랬나보다. 무슨 계기로 그렇게 두꺼운 책을 펼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중간쯤 읽어가면서부터 여러번 달려와서 흥분된 목소리로 너무 재미있다고 동동거리는 모습이 한편 대견하고 한편 동지가 생긴것같아 기분좋고, 그러다 그것도 계속하니 조금 귀찮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