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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알리스슈바 2008. 6. 2. 11:57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궁리.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9년부터 1969년까지 20년간 미국의 헬렌 한프라는 여성이 영국의 채링크로스가 84번지의 한 헌책방과 주고 받은 편지글 모음이다.

 

요즘은 활자도 아닌 컴퓨터 인쇄로 마구 찍어내는게 책이지만 우리나라나 서양이나 예전에는 책 한권이 책의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던듯하다.

특히, 서양에서는 겉표지를 가죽으로 싸서 제본하여 두고두고 대를 물리는 소중한 재산이었던가보다. 난 한번도 100년 이상 된 책을 직접 내 손으로 만져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쉽게 만들어지는 오늘날의 책도 그 내용의 무게만큼이나 소중한데 정제된 내용에 정성과 수고로 만든 구하기 힘든 옛 서적들이 얼마나 귀한 취급을 받았을까 짐작은 할 수 있을 것같다.

 

구하기 힘든 책을 대서양 건너 영국의 서점에 주문하는 주문장과 그에 답하는 형식의 어찌보면 지극히 사무적인 편지글들이지만, 그건 단지 형식일 뿐 그녀의 따뜻한 마음씨와 유머, 그리고 서점 사람들의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나 자신이 5~60년전 그곳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듯한 착각이 드는 이 현장감 있고, 따뜻한 책이 두고두고 볼때마다 나를 흐뭇하게 할 것같다.

 

난 참 유머가 없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힘든 현실에서도 언제나 삶을 경쾌하게 유머로 녹여낼 줄 아는 사람을 사랑하고 동경한다.

힘든 상황의 사람을 이해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동정을 배풀 줄 아는 사람, 남의 관심과 친절에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 참 평범한 것이지만 살면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그렇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쉽지 않은만큼 그런 사람을 보면 부럽고 고맙고.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그 사람이 좋아한 것은 저도 다 좋더라고요. 소설만 빼고요. 저는 이 세상에 살지 않았던 사람들,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아요. "

또 하나.. 정확한 구절은 다시 찾아봐야겠다.

   난 읽어보지않은 책은 사지 않아요. 그건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사는것과 같은거죠. (이 비스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