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노르마(Norma) - 카바예,비커스,비제이

알리스슈바 2009. 8. 3. 10:34

노르마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주인공이 계속해서 어려운 노래를 불러야하고, 카리스마와 감성을 모두 겸비한 연기를 보여줘야하는 오페라여서 노르마역의 소프라노가 비중이 너무 크고, 그래서 노르마가 제대로 못하면 더 볼것이 없게된다.

칼라스 이전에 노르마가 대중적 인기를 못 얻은 이유도 제대로 노르마를 부를 소프라노가 없었기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 공감한다. 또한, 칼라스 이후에 제대로 된 노르마를 만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고.

 

 1974년 오랑쥬 야외극장 실황.

 

Norma : Montserrat Caballe
Adalgisa : Josephine Beasey
Pollione : Jon Vickers
Oroveso : Agostino Ferrin
Clotilde : Marisa Zotti
Flavio : Gino Sininberghi
Orchestra and Chorus of the Teatro Regio di Torino
conducted by Giuseppe Patane
Live perfromance, Theatre Antique d`Orange, July 20, 1974

빈약한 자료들 중 그나마 괜찮다는 이 DVD를 처음 봤을때는 좀 실망이었다. 못생기고 거친 목소리의 비커스도 이상하고, 오랑주 야외극장의 바람부는 악조건도 참기 힘들고, 녹음상태나 화질이나 그때까지 내가 본 것 중에 최악이었다.

그런데, 그 유명한 Casta Diva를 지나면서부터 화질이나 음질은 그냥 익숙해져버리고 극에 조금씩 몰입할 수 있게되었고, 실제 오케스트라나 카바예, 비제이, 비커스 모두 정말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여성의 아름다운 마음의 2중창도 좋고, 비커스의 거친 목소리도 그 열정적인 노래와 연기에 금새 빠져 들 수 있었다.

 

그동안 몇번을 봤을까. TV에 녹화해 두고, 늦은 시간에 여러번 봤는데 지난 주말 가족 모두 일찍 잠들고 혼자 거실에서 보다가 그만 울고 말았다. 오페라에 재미를 들인 후로 여러번 음악을 듣다가 소름이 돋거나 심장이 뛴 경우는 있지만 눈물이라니...

 

이 오페라에서 유일하게 두 주인공이 단둘이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이미 죽기로 마음을 먹은 노르마가 마지막으로 폴리오네에게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돌리라고 말하지만 폴리오네는 거절한다. 이에 아달지사도 제물로 희생시키겠다고 하자 그때까지 당당하기만하던 폴리오네는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 이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는 노르마는 물리쳤던 교도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우리안에 배신자가 있다며 그를 제물로 삼겠다고 한다. 교도들은 흥분하여 그게 누구냐고 하고, 폴리오네는 말하지 말라며 애원하는데, 노르마는 '바로 나' 라고 한다. 그 말을 듣자 무너져내리는 폴리오네.  카바예와 비커스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뿜어져나오는 그 처절한 상황 표현이 정말 대단했다.

 

(2010.02.11)

오랫만에 노르마를 다시 듣고있다. 칼라스의 60년 녹음과 카바예의 74년 영상을 번갈아 듣고, 보고 하는데 3막 3장을 계속 리플레이하게 된다. 칼라스와 코렐리의 마지막 장면을 듣다가 심장이 너무 아파 더 듣기가 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