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청교도( I Puritani ) - 그루베로바 1991 메트 실황

알리스슈바 2010. 3. 16. 18:18

오래전에 이 실황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음원을 구할 수 없어 궁금하던 중에 메트 플레이어 목록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외국 음반 사이트를 뒤지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CD로도 출시를 했다고 하니까.

 

엘비라 : Edita Gruberova

아르투로 : Chris Merritt

리카르도 : Paolo Gavanelli

조르주 : Paul Plishka

 

청교도는 여러 버전으로 들으면 들을 수록 정말 성악가에게 어려운 오페라라는 것이 실감난다. 처음 들을때는 그저 그 멋진 멜로디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경우 실망할 뿐이었는데, 요즘 생각하면 제대로 해 내는 성악가들이 정말 대단한 거란 생각이 든다.

벨칸토 중에도 벨리니의 오페라들은 오케스트라는 그저 반주 수준을 넘지 못하고 무대위 성악가들의 기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이를 두고 벨리니의 오페라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의 목소리를 좋아해서 유독 오페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벨리니의 오페라가 가장 멋진 오페라라고 하겠다. 사실 베르디의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수준이 무척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벨리니의 오페라는 성악가의 기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가끔 벨리니의 오페라를 베르디 오페라처럼 잘못 생각해서 오히려 망쳐버리는 경우는 있다.

 

실황 이야기로 돌아가서... 많은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그루베로바의 엘비라는 한마디로 멋지다. 이 공연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의 것이다. 네트렙코의 엘비라를 지켜보는 심정과는 완전 다르다. 도대체 끝간데를 모르는 그녀의 맑고 투명한 고음은 음표가 모자란다. 45세정도된 당시라면 아직 한참 전성기 목소리이고 2010년 현재도 무대에 활발히 오르고 있는 그녀를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세 남자도 잘 한다. 아르투로역의 Merritt이 좀 힘겨운 모습이 조금씩 보이지만 나쁘지 않다. 3막에서 힘이 딸려 살짝 삑사리도 내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플리시카는 내가 들어본 조르주 중에 가장 바리톤스런 목소리다. 도대체 리카르도와 조르주를 구별하기가 힘든다. 그게 좀 불만이라면 불만... 암튼 하루 종일 계속 반복 들으며 행복하게 해 준 모두에게 박수를...^^

 

앞으로는 이 어려운 오페라에 도전해주는 모든 엘비라와 아르투로에게 박수를 보내 주련다. 물론 리카르도와 조르주에게도 박수를. 리카르도의 1막 아리아도 사실 어렵고, 멋진 조르주 삼촌들에게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