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장미의 기사 - 폰 오터. 클라이버 1994 빈

알리스슈바 2010. 3. 20. 05:38

마샬린 : Felicity Lott

옥타비안 : Anne Sofie Von Otter

조피 : Barbara Bonney

남작 : Kurt Moll

지휘 : Carlos Kleiber

 

이제서야 조금씩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맛을 들이고 있는 중이지만,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는 또 완전 색다른 오페라이다. 아름다운 선율이 넘쳐나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익숙한 내게 이 오페라는 무대위에 펼쳐지는 스토리 외에는 별 재미가 없어 보였다.

폰 오터의 중성적인 아름다움과 바바라 보니의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 그리고 재미있게 펼쳐지는 스토리가 어디로 흘러가나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1911년 초연된 따끈한 오페라이니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는 당연하겠지만 이거 음악이 너무 난해해서...

 

익숙하지 않은 오케스트라 선율과 노래, 또 독일어로 부른다는 약간의 생소함까지 있지만, 네 명의 주인공의 자연스런 연기와 노래에 일단 지루하지 않게 보게 된다. 아마도 3막 마지막의 마샬린,옥타비안,조피의 3중창이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인가보다. 세시간이 넘는 이 길고 긴 오페라가 높낮이도 별로 느껴지지 않게 진행되더니 마지막 3중창은 좀 의미심장하다.  

 

쓸쓸히 마샬린도 떠나고, 이제 둘만 남은 청춘남녀의 마지막 장면.  나도 나이든 처지라 그런가 시작되는 풋풋한 사랑을 보며 만감이... 

 

...

두번째 들으니 옥스 남작의 2막 후반부에서 오케스트라 선율이 너무 아름답다. 시간의 흐름 앞에 어쩔 수 없는 원수부인의 쓸쓸함과 옥타비안과 조피의 풋풋한 사랑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옥스 남작의 전형적인 남자 귀족의 뻔뻔함이 전편에 걸쳐 흐르는 구조도 재미있다. 이거 원 가볍게만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거운 분위기만도 아니고, 암튼 재미있다.

옥타비안 즉, 미소년역을 메조 소프라노가 하는거야 다른 오페라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그 미소년이 다시 여장을 하고, 이 여장 남장 여자(?)에게 반해서 추근대는 옥스 남작을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색다르다.

안네 소피 폰 오터의 큰 키와 보이쉬한 얼굴, 그녀의 능란한 연기, 그리고 남작역의 몰도 목소리나 연기, 외모도 아주 잘 어울린다.

 

어릴적 여중,여고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기억 있을것이다. 키 크고, 잘 생기고, 운동도 잘하는 보이쉬한 멋진 친구에게 느끼게 되는 묘~한 감정. 보통 그런 친구들이 후배들에게 인기 절정이고, 거의 팬클럽이 있을 정도.. 이 오페라속의 안네 소피 폰 오터를 보면서 갑자기 고등학교때 중성적 매력으로 눈길을 끌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학교 마칠 시간즈음 유도복 입은 그녀 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1994년이면 안네 소피 폰 오터가 우리나이로 39살이었구나, 그녀가 55년생이라니까. 하지만 3막의 클로즈업한 그녀 얼굴을 보기전까지는 오페라속 그녀는 마치 선머슴같은 십대 소녀같다 ㅋㅋㅋ 대체 키가 얼마나 큰거냐..

 

작년 DVD로 출시된 플레밍과 소피 코흐의 <장미의 기사>도 좀 기대된다. 일단 메가박스에 가서 수잔 그레이엄의 옥타비안부터 만나봐야겠다. 그녀의 비주얼은 옥타비안에 몰입하기 힘들겠지만, 노래는 어떨지... 플레밍의 마샬린은 유명한데, 또 어떨지 궁금하다.

 

(2010.03.23)

지난 주말 코엑스에서 수잔 그레이엄의 옥타비안도 보았고, 폰 오터의 DVD도 몇번 더 보았는데, 문득 드는 생각... 여느 이탈리아 오페라와 확실히 다른점이 오케스트라가 주도적이라거나 선율이 생소한 것도 있지만, 슈트라우스는 무대위 성악가의 노래를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와 동일 선상에 두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특히 벨칸토 오페라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거의 반주 수준을 넘지 않고 있는데 반해서 <장미의 기사>는 마치 관현악곡에서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자 자기 파트를 완벽히 연주하되 전체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곡이 형성되듯이 가수들의 노래도 그렇게 한 파트를 이루고 있는것 같다.

특별히 아리아라고 할 것도 없고, 독립적인 선율로 느끼기도 힘들고, 하지만 전체를 놓고보면 재미있고... 흠흠... 묘~한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