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오페라

마농 - 마스네 1884

알리스슈바 2010. 7. 2. 14:51

카르멘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프랑스 오페라가 그리 맘에 확 와 닿지는 않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로 얼마전 햄릿을 봤는데, 메트의 르네 플레밍 갈라에서 마농의 3막을 보고 흥미가 생겨 이 오페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요즘은 처음 접하는 오페라는 주로 유명 DVD를 중심으로 보게된다. 영상물이 생소한 오페라를 대충 이해하는데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고, 멋진 연출과 연기의 영상물들이 넘쳐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줄거리와 리브레토를 펼쳐놓고 음반의 소리에만 집중하면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머릿속에 무대위를 상상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좋은데, 이건 전곡반을 두세번은 들어야 가능하니 시간이 걸린다 ..

 

많은 사람들이 권하는 마농 영상물 중에 두개를 놓고 고민했다. 네트렙코냐 드세이냐. 네트렙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표지 사진을 보니 그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네트렙코. 비야손. 바렌보임. 2007 베를린 슈타츠오퍼. 빈센트 페터슨 연출.

 

그녀가 이쁘고 연기 잘하는 것은 익히 알지만 역시나 노래는 별 감동이 없다. 반면 비야손은 데 그리외에 정말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노래도 정말 좋다. 마지막 마농이 죽는 순간의 데 그리외의 외마디 탄식은 정말 가슴을 파고드는 짜릿함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비야손의 외모상의 첫인상은 상당히 코믹하게 강렬해서 어쩔 수 없이 피식 웃게 만들지만, 두 커플의 라 트라비아타 DVD로 처음 접한지 이제 몇년 지난 지금 그의 외모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대단한 연기 몰입과 더 대단한 그의 열정적인 노래는 불혹을 바라보는 아줌마의 마음에 설레임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

 

순전히 비야손의 데 그리외가 또 궁금하여 바로 드세이의 마농을 주문했다.

 드세이. 비야손. 파블로 페레즈 지휘. 2007 리세우. 맥비카 연출.

 

노래는 역시 드세이가 훨~ 잘한다. 노출도 전혀 거리낌없고 몸을 사리지 않는 그녀 연기는 좋지만 농염함을 표현하는데 있어 한계는 있어보인다. 너무 귀여운 마스크와 몸매라 팜므파탈을 느끼기 힘든다. 보너스 영상에서 연습 장면과 실제 공연 장면이 재미있게 편집되어 나오는데 그녀 벗은 몸이 마구 노출이 되는데 이거 원 전혀 야하지 않으니 ...

 

비야손은 누구랑 해도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지 ^^  빨리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고 멋지게 부활하기를 간절히 기도...

근데 두개의 마농 공연이 한달 정도 간격으로 이루어졌는데, 비야손은 어떻게 한달사이에 완전히 다른 두 연출을 이렇게 완벽히 소화해서 멋진 데 그리외를 만들어 냈을까. 근데 이 영상에서 긴 머리와 의상이 너무 멋지게 잘 어울린다.

 

위의 네트렙코 버전의 페터슨 연출도 상당히 괜찮지만 맥비카의 연출이 훨씬 더 오페라스럽고 맘에 든다.

 

마농의 스토리를 간추려보면,

1막. 시골 아가씨 마농이 집안에서 정해준대로 수녀원으로 가는 길에 기사 데 그리외를 만나 둘이 눈이 맞아 도망.

2막. 둘이 뜨거운 불장난을 즐기고있는데, 데 그리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그녀는 부자 귀족 아저씨 브레티니의 꼬드김을 받는다. 데 그리외는 자기 아버지의 지시로 납치당할 것이고, 그걸 눈감고 자기 따라오면 화려한 생활이 기다릴거라고.

3막. 브레티니와 나타난 마농. 화려함을 즐기고 있다. 데 그리외의 아버지가 나타나 아들이 신부가 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당장 달려가서 성직자가 되려는 데 그리외를 무너뜨리는 그녀.

4막. 데 그리외의 사랑도 좋지만 돈 없이는 못사는 그녀. 도박판으로 데 그리외를 밀어넣는 마농. 도박판에서 사기꾼으로 몰려 경찰에 잡혀가는 두사람. 데 그리외는 아버지가 금방 빼내 주지만, 마농은 그렇고 그런 여자들의 무리속에 아메리카로 추방될 거라.

5막. 그녀를 빼내려 길목을 지키는 데 그리외. 그사이 병을 얻어 다 죽게된 그녀, 데 그리외를 만나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꼴깍.

 

인상적인 것은 3막에서 신부가 되려는 데 그리외를 꼬드기는 장면. 네트렙코 버전은 데 그리외의 옷자락을 잡고 유혹하는 그녀가 더욱 눈에 들어오는 반면, 드세이 버전에서는 이미 몸은 다시 만난 그녀에게 완전히 넘어가 있으면서 좁쌀만큼 남은 의지를 부여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 데 그리외의 모습이 재미있다.

 

음악으로 보자면, 전체를 하나로 놓고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데,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귀에 들어오는 아리아도 특별한 선율도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들어봐야겠다.

 

4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