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네 - 베르테르 2010 카우프만
어쩌다보니 연속으로 카우프만의 공연을 보게되는구나. 노래하는 스타일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상당히 열정적인 느낌을 주기때문에 일단 카우프만의 공연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의 안티팬들은 비주얼만 앞세운 노래 못하는 함량미달로 매도하기도 하지만, 그에게 남다른 매력이 넘치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지 않을까.
미친 야생마같은 돈 호세를 보여준 <카르멘>이 아니라, 멋모르고 본 <로엔그린>에서 내 마음을 흔드는 그의 매력을 발견한 것은 역시 독일인이 독일어 노래를 해서인지... 오늘의 베르테르도 아무리 열심히 불러도 어색한 불어 딕션만 신경쓰이고.. 그에게 맞는 옷은 아닌듯 싶다.

노란 조끼에 푸른 프록코트. 베르테르의 상징.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을까싶네...
소피 코흐는 너무 굵지 않으면서 듣기 좋은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를 가졌는데, 그 이쁜 얼굴이 아깝게도 노래할 때 입모양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참 안타깝다. 눈을 감고 들으면 참 좋음...
스토리는 간단하고 주로 베르테르의 심리에 맞춰진 오페라여서 오랫만에 리브레토를 함께 보면서 감상하게 되었다.
심플한 무대와 연기로 자연스럽게 두 주인공의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상당히 정적인 오페라지만 1막 중간의 아름다운 간주곡과 3막의 유명한 베르테르의 아리아만으로도 흡족하다.
이 영상물은 카메라가 과하지 않은 정도로 무대주변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무대를 잡는 각도도 상당히 입체적이다. 일반적인 영상물에서처럼 관객석쪽에서 보이는 각도로만 편집했다면 상당히 지루하고 밋밋했을 수 있는데, 무대의 좌우, 뒷편, 준비하고 기다리는 주인공들의 모습, 진행하는 스텝까지 살짝씩 보이는 모습이 적절히 잘 어우러져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쓸데없이 극중극 형식으로 만들어서 조잡하고 산만하게 만드는 연출보다 영상물로 보는 입장에선 훨씬 재미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카메라 앵글이 좀 꽝이다. 카메라 설치할 위치가 제한적인가? 도대체 화면 구도가 제대로 된게 없다.
(2012.5.4) 유투브에 올라와있는 2009년 Bastille 비야손 공연도 상당히 멋지다. Graham의 샤를로트는 안정적인 노래가 정말 듣기 좋고, 비야손도 노래나 연기 모두 아주 좋다. 목소리 느낌은 카우프만의 깊고 어두운 음색보다 훨씬 베르테르에 어울리는 것 같다. 하나 아쉬운 것은 얼마전 봤던 로미오에서도 그랬듯이 결정적 high note를 낮춰부르는 것이다. 연출은 별로 맘에 안든다.
그런데, 평이 상당히 좋은 알바레즈와 가랑차의 공연은 내겐 정말 별로였다.
무대 연출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괜찮았지만, 샤를로트에 대한 해석이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예 처음부터 베르테르를 보는 눈길이 너무 뜨겁고, 남편두고 대놓고 바람피는 여자같은 느낌은 좀... 전체적으로 샤를로트에 촛점을 맞춘, 대놓고 색다른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알바레즈 목소리나 노래는 너무 가볍고, 가랑차는 너무 강렬하고..
돌아온 비야손의 베르테르 녹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