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 오페라 카테고리에 써야하나 독서 카테고리에 써야하나 살짝 고민했다.
내용이 어떻든 책이니까 여기다 써야겠지?
김학민. 오페라와 뮤지컬 연출가라고 한다. 국내 오페라의 유령 연출을 맡은적이 있다고 하는데 몇년도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서 7개의 오페라를 선택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의 다양한 유형들 중에 오페라 구성상 잘 짜여진 것들을 선택한 모양이다. 벌써 순서는 헷갈린다.
1. 트리스탄과 이졸데 :: 한 나라의 공주와 적대국의 왕의 조카. 한마디로 원수. 두 나라의 전쟁 종식으로 적국의 왕비로 가게된 공주와 그녀를 모시러 온 남자. 우여곡절로 사랑의 묘약을 마신 두사람. 결국 죽어서 사랑을 이룬다는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죽음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증명하는 것인가.
2. 카르멘 :: 자유분방 집시녀. 순진답답한 병사. 참한 약혼녀를 울리고 인생 팽개치며 그녀를 따라갔지만 결국 돌아선 그녀. 그런 찌질이 결국 차이게되어 있는것이지. 제 맘 내키는대로 유혹한 그녀보다 떠나는 그녀를 죽여버리는 그놈이 진짜 미친놈, 죽일놈, 병신.
3. 살로메 :: 엽기적인 얘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세기말적인' 이라는 말만 들으면 일단 고개를 돌리고싶다. 형을 죽이고 형수와 결혼한 왕. 그 재혼한 형수의 딸 즉, 자신의 의붓딸을 노리는 왕과 그걸 즐기는 살로메. 자기를 쳐다봐주지 않는 남자의 목을 가져오라는 살로메. 한마디로 콩가루, 재수없음.
4. 오셀로 :: 그의 의심이 자신에 대한 열등감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일리있어보인다. 그의 의심에 답답할 정도로 대책없는 데스데모나의 태도 또한 자신이 한점 부끄러움 없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의 사랑을 믿는 때문이었겠지.
5. 코지 판 투테 :: 두 남자가 자기 애인들을 시험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 각자 친구의 애인을 유혹. 처음엔 펄쩍뛰던 그녀들 결국 유혹에 넘어감. 그녀들을 시험한 것도 잘못이지만 유혹에 넘어올정도로 제대로 유혹을 하면서 느끼는 그들의 감정은 뭘까. 유혹에 넘어가는 그녀들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것은 없어보이지만 오히려 이 남자들의 심리를 따라가면 재미있을듯. 줄거리만으로도 흥미만점.
6. 돈 조반니 :: 너무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안보고도 본듯. 아직 제대로 전곡을 못들었음. 돈 조반니보다 하인이 관심감.
7. 피가로의 결혼 :: 이발사를 먼저 보고 좋아하게 되었는데 사랑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하던 알마비바백작 여기선 완전 조롱거리. 어떻게보면 로지나에 목숨걸던 그남자 어디가고 이여자 저여자 뒤꽁무니 쫓는 바람둥이가 되었나싶지만, 여자에 몰두하는 성격이라는 측면에서보면 억지로나마 연결을 시킬수 있을듯. 모든 배역이 다 저마다의 강한 캐릭터와 역할이 있고 그게 잘 맞물려야만 완성되는 멋진 구성.
7개중에 3개가 모짜르트의 작품이다. 모짜르트의 대단함일까. 글쓴이의 취향일까. 아니면 단지 사랑이라는 주제를 택하다보니 그리 된 것일까. 7개중의 3개는 너무 편중된 느낌이라 좀 고민했을법도 한데 이탈리아 오페라들은 너무 구성이 단순해서 책에서 할 말이 별로없었을거란 생각도 살짝 들기는 한다. 한개 선택된 이탈리아 오페라도 결국 세익스피어의 원작에 기댄것이고.
책을 읽은 후 각 작품에 대한 생각. 살로메는 별로 보고싶지 않다. 카르멘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글을 읽고나니 더 좋아진다. 베르디의 오셀로나 모짜르트의 작품들은 천천히 두고두고 음미해 볼 것이고. 이 책을 통해 하나 흥미가 생긴것은 바그너이다.
바그너에 대해서는 워낙 말들이 많고 해서 궁금증도 있지만, 가끔 아리아를 들어보면 그리 마음에 와 닿지를 않는다. 일단 독일어 가사가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고, 멜로디라고 할 것이 없어보이고. 그런데 책에서 소개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일단 스토리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확 드는데 실제 어떨지는 몰라도 기회된다면 꼭 한번 전곡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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