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중에 공연한 트로바토레가 먼저 올라와서 혹시나 안 올라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드뎌 올라왔다.
그간 서울에 가서 이걸 보고 싶은 생각도 많았지만, 고음을 받쳐주지 못하는 스피커때문에 불만스럽다는 사람들 평이 많아서 참았는데, 그래도 TV 화면과 허접 엠프,스피커로 감상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반갑다.
유튜브에 올라온 전체 공연 영상을 보았는데, 로시니스러운 시끌벅적함에 목소리의 한계를 시험하는듯한 현란한 고음들...
생각만으로도 기분 전환~
그런데, 이번에 같이 올라온 공연 오디오들이 상당히 관심가는것이 있다.
1961년도 루치아 공연인데, 서덜랜드의 메트 데뷰 시즌 것이다. 첫날 공연 실황은 아니라지만, 아뭏든 싱싱한 루치아 ~ 그리고 에드가르도는 리차드 터커. 최근 듣는 오페라들에서 터커를 자주 듣게 되다보니 이 사람 노래도 나름 매력있어 좋다.
그리고, 1998년 트라비아타 공연에 블라디미르 체르노프가 제르몽으로 나온다.
(2011.10.12)
로시니 오페라의 너무 뻔한 스타일의 노래나 장면이 지겨운 느낌도 중간에 살짝 있지만, 전체적으로 역시 로시니답게 재미있다.
무엇보다 너무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플로레즈의 활약이 압권이다. 그리고, 디아나 담라우의 품위있으면서도 자연스런 호응, 디도나토의 적당한 남자역할도 모두 좋다. 세 사람의 찰떡 연기 호흡에 나무랄데 없는 노래들까지 어디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Bartlett Sher의 연출은 전에 본 세빌리아의 이발사 무대를 연상케하는 비스무레한 느낌이 있다. 사실 극중극 스타일 개인적으로는 별로 맘에 안든다. 공연을 보러 객석에 앉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몰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무대 주변의 어수선한 뒷배경을 억지로 보여줘서 그 산만함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로시니 오페라는 그렇잖아도 산만하고 정신없는데 말이다 ...
도무지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되는 스토리와 상황 전개를 그냥 가볍게 웃고 즐기라는 속깊은 배려일 수는 있겠지만, 암튼 극중극은 좀....
스토리를 보자면.. 오리 백작은 아마도 대단한 가문의 골치아픈 말썽꾼 아들인가보다. 여자 뒷꽁무니를 쫓아 다니는 중에 어느 마을에 나타나 종교적 은둔자 행세를 하며 마을 처녀들을 희롱하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백작을 찾아다니는 그의 가정교사와 시종. 시종인 이졸리에는 이 고장의 아름다운 백작부인 아델레를 사모하여 일부러 가정교사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이졸리에는 은둔자가 자신의 주인인줄도 모르고 그에게 자신이 백작부인을 사모하여 그녀의 성으로 수녀인척 위장하여 들어갈 계획을 털어 놓는다.
마침 이 효험있는(?) 은둔자를 찾아온 아델레, 그녀를 열성적(?)으로 상담해주는데...(이 부분이 1막의 하이라이트)
그러나 그녀와 함께 그녀의 성으로 가려는 결정적 순간 가정교사에게 정체를 들킨 오리 백작. 로시니다운 난리 한바탕이 벌어지며 노래의 대향연이다. (여기까지 1막)
2막. 폭풍우 치는 밤 아델레의 성에서 오리백작의 위험성에 걱정하는 여자들.. 그때, 도움을 요청하는 25인의 수녀들. 수녀들은 다름아닌 오리백작과 그의 수행 기사들이다.
뒤늦게 찾아 온 이졸리에는 그 수녀들이 바로 백작의 무리임을 아델레에게 알리고..
아델레와 이졸리에가 함께 있는 침실로 몰래 들어온 백작은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줄도 모르고 여전히 수녀 행세를 하며 무서워서 같이 있고 싶다나.. 캄캄한 어둠속 세 남녀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이 지나고..(이 부분이 이 오페라의 절정)
(침대가 세워지면서 이 묘~한 장면을 재밌게 보여준다)
전쟁갔던 남자들이 돌아오고, 자신의 아버지인 공작이 온단 소리에 아델레와 이졸리에를 남기고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는 백작님... (끝.)
인터미션때 짧은 인터뷰에서 플레밍은 플로레즈의 아들 레안드로의 출생을 축하했다. 간밤에 한숨도 못자서 피곤한 얼굴이지만 아들의 탄생을 막 보고 온 행복한 아빠여서 그랬는지 전혀 피곤한 기색없이 시종일관 날아갈 듯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비록 역할은 작지만 스테판 드구를 볼 수 있는 것도 반가웠다. 근데, 미켈레 페르투시는 갈 수록 지겨워진다..
이게 DVD로 나와준다면... 플로레즈만으로도 무조건이다.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아마 드뎌 블루레이를 지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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