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파바로티의 아리아나 가곡은 워낙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대중적이다보니 자주 들었고, 또 정말 노래 잘 부른다 생각했지만
막상 오페라에 푹 빠져든 최근에 이상하게도 파바로티 음반이나 DVD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파바로티의 절창에 대해 칭송을 마다않는데 왜 난 파바로티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이유를 오래된 누군가의 음반평 속에서 찾았다.
가끔 쓰리테너를 비교하면서 파바로티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연기력 부족이라고 하던데, 난 그것이 무대위에서 그의 연극적 연기력을 말하는 것인줄로 알았다. 실제 파바로티의 무대위 모습은 그렇게 흡인력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 연기력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소리로 표현해내는 연기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호세 카레라스가 가진 바로 그것, 심장을 파고드는 그 무엇이 파바로티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호세 카레라스의 투란도트에서의 칼라프를 평하는 대목 한자락 - < 호세 카레라스의 칼라프 왕자는 신비감이 넘치고 그 자체로 수수께기 같은 인물로 그려졌다. 흔히 그와 함께 빅 3 테너로 불리는 파바로티, 도밍고와는 달리, 소리를 구개 공명점보다 좀 더 입술 쪽으로 내려서 약간은 무겁고 어눌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지만, 그 덕분에 감정의 진폭이 아주 크고 대단히 인간적이고 진실한 노래를 들려준다. 파바로티의 칼라프가 특별한 개념 없이 마냥 쭉쭉 뻗어나가는 직선적인 것이라면, 강력한 중음이 돋보이는 도밍고의 왕자는 의지적인 영웅의 모습이었다. 반면 호세 카레라스는 마지막에서야 그 정체가 밝혀지는 미지의 왕자(Il Principe ignoto)라는 배역에 걸맞게, 시종 로맨틱한 정열을 강조하면서도 투란도투 공주와 마찬가지로 규정짓기 어려운 신비로운 면모를 선보여 매우 흥미롭다. > - 이 부분에서 파바로티가 개념없이 마냥 쭉쭉 뻗어나가는 직선적인 것이라 표현했는데, 바로 내가 느끼던 그대로였다. 통쾌. 상쾌.
파바로티의 노래는 소리 자체는 누구보다 힘있고 시원시원하니 쭉쭉 뻗어나가지만 이상하게도 맛이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만 듣다보면 지루하다. 또 도밍고의 노래는 특히 젊은 시절의 노래를 들어보면 세련되고 박력넘치고 치밀하게 계산된 느낌이다. 세련미가 있다. 그리고 카레라스는 ... 그냥 빠져든다. 절정의 순간에 나도 심장이 먿을 것 같고, 애절한 부분에선 한숨이 절로 난다. 기교도 중요하지만 바로 이런 흡인력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파바로티가 딱 어울리는 배역은 그래서 만토바공작같다. 개념없는 바람둥이 공작. 여러 만토바공작을 들으며 계속 파바로티가 떠오르는것을 보면 딱 맞는것 같다. 리골레토와 질다는 괴로워 죽을라 하는데, 저 혼자 세상모르고 'La donna e mobile..' 하는 모습이 ㅋㅋ.
하지만 요즘은 아름답고 감미로운 플로레즈도 좋아하니, 언젠가 파바로티도 좋아질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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