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알리스슈바 2010. 2. 18. 23:41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아이구 이 촌시런 자켓... 하지만 연주는 최고.

ROBERT MERRILL : 루나 백작

GABRIELLA TUCCI : 레오노라

GIULIETTA SIMIONATO : 아주체나

FRANCO CORELLI : 만리코

FERRUCCIO MAZZOLI : 페란도

THOMAS SCHIPPERS (conductor) 1964 로마.

인터넷에 올라온 전곡을 듣고는 이 음반을 구하려고 국내 사이트를 다 뒤져도 없고 아마존에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올라와 있어서 어렵게 중고로 결국 수개월만에 손에 넣었다.

아무리 들어도 코렐리는 만리코 그 자체인 듯. 음반에 포함된 가브리엘라 투치의 사진 속 모습은 노래로만 들을때의 음색으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너무 이쁘고 젊다. 레오노라역을 잘 부르기는 하지만 최고라 할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고 그냥 잘 부르는구나 싶은 정도. 무엇보다 내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는 음색이 조금 아쉽다. 아주체나역의 시미오나토는 정말 멋지다.

레오노라만 레온타인 프라이스였다면 정말 최고중에 최고가 아니었을까 싶지만, 이대로도 손색없는 최고!

 

(2010.03.15)

요즘 메트 플레이어로 이것 저것 듣고 있는데, 61년의 그 유명한 코렐리와 프라이스의 트로바토레 데뷔 공연이 있은 다음 공연의 실황 녹음이 올라와 있어 듣고 있다. 아마도 그 데뷔 공연의 며칠 후 이겠지. 이건 뭐 관중도 흥분 상태, 코렐리도 조금은 흥분 상태. 프라이스는 오버하는 느낌은 없고 그냥 멋지고 멋지다. 테레사 스트라타스가 1막에 레오노라와 함께 등장하는 단역으로 나온다. 단역이지만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것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스트라타스 38년생이라면 61년에 우리나이 스물넷. 비주얼로 보면 프라이스가 아니라 그녀가 레오노라라 해야겠구만ㅋㅋ.

들으면 들을수록 코렐리와 프라이스 목소리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조각미남과 조금은 못생긴 미국 흑인언니 커플이지만 목소리 정말 멋지게 잘 어울리고, 특히나 트로바토레에 정말 잘 어울린다.

코렐리는 완전 호흡이 남아돌아서 좀 심하게 오버하면서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데, 어디 따로 호흡주머니가 더 있는 듯이 힘이 넘친다. 그래도 프라이스 언니를 누르지 못하는듯. 앗~~ 나도 흥분해서 듣고 있는 중...

트로바토레는 서곡 시작부터 마지막 비명으로 마칠때까지 잠시도 숨돌릴틈없이 휘몰아치는 대단히 흥미로운 오페라인데, 내게있어 레오노라만큼은 별로 매력없는 캐릭터였다. 그냥 이야기 구색을 맞추기위해 끼워넣은 여성 캐릭터정도. 그런데, 프라이스의 레오노라를 들은 후로는 그녀를 뺀 트로바토레를 생각할 수 없다. 레오노라의 음표는 매 순간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이다. 4막의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D'amor sull'ali rosee)'는 그저 그중 하나일 뿐. 이 실황에서는 이 아리아의 클라이막스에서 살짝 실수가 있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