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첫인상이 거부감 드는 사람들이 있다. 로베르토 알라냐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
최근 프랑스 오페라를 조금씩 접하면서 언젠간 이 사람과 영상에서 만날 일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지난해의 카르멘 공연을 통해 드뎌 전곡 오페라에서 알라냐를 보게 되었다. 사실 그 카르멘 공연 전체가 좀 맘에 안들었지만, 엘리나 가랑차와 참 너무도 안어울리기도 했고, 참 맘에 안들었더랬다.
그런데, 얼마전의 돈 카를로 공연에서 막연히 가지고 있던 알라냐에 대한 부정적인 내 선입견이 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돈 카를로의 역할 자체가 나약하고 좀 그런면이 있는만큼 알라냐의 외모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연기나 노래가 드디어 좀 와 닿는 것이다. 특히, 호소력있는 연기가 돋보였다. 내가 워낙 <돈 카를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인지 모르지...
한번 관심이 생기면 여기서 멈출 수 없는 것... 그의 불어판 돈 카를로스를 보고싶지만 품절... 다행히 메트 목록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올라와 있어서 바로 감상 들어간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2007년 메트 공연. 네트렙코와 알라냐. 흠.. 도밍고옹이 지휘하셨네.
4막의 한 장면 캡쳐. 이거 뭐 10대가 아니라 좀 흠흠...노친네들...이라고 하면 그렇고^^
그림이야 어쨋거나 둘 다 연기 끝내주고, 노래 잘~ 하고... 이 오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한 것이었구나...
이걸 보고나서 또 바로 찾아보니 94년 코벤트가든에서 알라냐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불러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오래된 영상임에도 재고가 있어서 바로 DVD 질러주시고~~ 전에 사려다 보관함에 잠들어있는 비야손의 로미오도 곧 내 책장에 꽂힐 날이 오겠구나.
그리고, 구노의 파우스트도 요즘 급 땡기던 중인데 이 기회에 장만을...해.볼.까.나.....
(담날)
간밤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달아 두번 본 후에 메트목록을 보니 게오르규와 함께 부른 <라 론디네>가 있었다. 오전에 바로 이걸 봤는데, 그냥 푸치니 작곡이란 것 말고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였는데, 조금 보다보니 역시 선율에서 푸치니 스타일이 느껴진다. 어떤 부분에선 투란도트 느낌도 있고...
한번 끝까지 본 후에 찾아보니 이게 바로 '제비'란다. ㅋㅋㅋ 이미 시중에 DVD도 나와있다.
프랑스어 노래가 아니라 그런가 알라냐의 그 말랑말랑 달콤스런 느낌이 좀 덜하긴 한데, 제비의 루제로역도 역시 순수하고 이쁜 청년 이미지라 알라냐와 잘 어울린다.
알라냐가 90년대(2006년) 스칼라에서 아이다의 라다메스역을 부르다 무대를 뛰쳐나가 버렸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불쌍한 알라냐.. 그런역은 정말 하지말았어야지... 생긴것도 그렇지만 목소리에서도 근육질 느낌은 좀 없잖아... 알라냐가 이후의 어느 인터뷰에서 잘 못하면 관객이 야유할 수도 있지만 그날 자기는 노래를 잘 불렀다고 하기에 궁금해서 그날의 'Celeste Aida'를 찾아봤다. 노래 스타일이 근육질 장군 라다메스에 어울리지 않을 수는 있지만, 분명 노래를 잘 하긴 했다. 하지만, 정말 무대나 의상, 분장이 눈물나게 촌스럽다 ...
<라 론디네>의 마지막 장면. 떠나겠다는 Magda앞에 눈물 범벅이 되어 애원하는 Ruggero 소년(?)
바닥에 엎드려 우는 소리가 너무 리얼하다 했더니, 알라냐 얼굴이 완전 눈물 범벅... 근데 왠지 찌질하기보단 순수해 보이니 나 원 참.....
근데, 끝나고 커튼콜.. 게오르규가 나갈때 찰싹~소리가 나게 마나님 궁뎅짝을 두들겨 주시다니...
(또담날)
이제 50이 코앞인 알라냐. 그의 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레퍼토리나 평판을 보건데, 그리고 그의 외모와 목소리 등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의 50대가 결코 화려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이미지는 이제 어느면에서나 아저씨를 면할 수 없는 나이에 감당하기 좀 힘든 부분이 있고.. 게다가 90년대중반 이후로 지금까지 오면서 특별히 이미지 변신을 한 것 같지도 않으니 앞으로도 그런 기대를 하기도 어렵겠고.. 누구나가 그럴수는 없겠지만 도밍고처럼 세상을 놀라게하는 그런 변신은 없지 않을까 싶으니.. 50대에 여전히 로미오를 부르고 있으면 좀 그렇겠지 ^^; 뭐 고음과 기량을 유지해 주신다면야 괜찮겠지만....
어쨌거나 이제 막 이 귀여운 프랑스 남자를 알게되었으니 당분간 심심하지 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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