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오페라

바그너 악극 <니벨룽의 반지>

알리스슈바 2012. 5. 23. 01:11

메트의 <지크프리트>를 시작으로 바렌보임의 1992년 바이로이트 실황 영상, 불레즈의 1980년 바이로이트 실황 영상, 그리고 1958~1965년의 솔티의 녹음, 카라얀의 66년 발퀴레까지(카라얀은 발퀴레 들어본 후 다른거는 들어볼 맘이 안생김)... 거의 한달 내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반지를 보거나 듣거나 했구나...

 

  브라이언 매기. <트리스탄 코드>

 

불레즈의 영상물을 보던 즈음 이 책을 함께 읽어봤다.

나도 바그너의 음악 한소절 들어본 적 없던 때에도 들은적이 있지만, 어쩌면 서양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바그너와 히틀러의 이름을 연관짓는 말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워낙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으니(이게 바로 노이즈마케팅인가) 궁금해서 책까지 보게된다.

저자에 따르면, 바그너의 반유대주의가 지금의 눈으로 보면 아주 께름칙한 것이지만, 그가 살던 당시의 유럽인들에게는 특별할 것이 없는데, 유독 바그너에 대해서만은 그의 반유대주의를 지나치게 비난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수도 있겠지...

발퀴레에 등장하는 쌍둥이 남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이야기에서 신화에서는 남매가 서로 모르고 사랑하게 되는 것으로 전개되는데 반해, 바그너는 의도적으로 둘이 서로가 남매임을 확인한 상황에서 사랑하게 되는 것으로 대본을 썼다는 것이다. 순수한 혈통에서 영웅이 탄생한다는 의미라나... 이건 참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와 그가 쓴 저작과 부인 등 주변인에 의해 남겨진 그와 관련된 글들이 매우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와 관련된 연구나 책들이 유난히 많은 것이겠지. 바그너 본인이 워낙 할말이 많은 사람이었다는데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얘기를 하려던 것이 아닌데... 반지 4부작의 대본을 쓰고, 하나씩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의 철학적 사고의 변화 등등.. 책을 읽으면서 불레즈의 영상물을 보니 더 흥미진진 재미있게 금방 4편을 다 보게 되었다.

 

반지를 유난히 더 좋아한다는 소위 바그네리안들이 많은데, 그들이 그렇게 자칭 바그네리안이라고까지 말하게 될만큼 바그너에 깊이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물론 장장 16시간에 달하는 그 긴 이야기를 보고 듣고 하다보면 심장을 때리는 강렬한 순간도 있고, 아름다운 장면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치도록 지루하고 짜증나는 부분들도 많다. 아니, 지루한 시간이 더 많다.

 

바그너가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자기 생각에 대해 끝도없이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괴롭혔다고 하는데, 반지의 대사들을 보면, 바그너의 그런 모습은 안봐도 비디오~  특히, <발퀴레>에서 도저히 건너뛰기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많음. 음악을 제대로 타지도 않는 외침 수준의 그 긴 대사들을 더욱 견디기 힘든것은 그 긴 대사들이 바그너가 관객에게 대놓고 늘어놓는 말이라는 점이다. 아놔~~

 

스스로 '악극'이라고 했다는데, 잘 하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