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오페라

돈 카를로(Don Carlo) - Verdi

알리스슈바 2009. 11. 16. 11:41

베르디 중기 역작이라는 <돈 카를로>. 자주 공연되는 것이라 좀 암울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것을 찾다가 2004년 비야손 주연의 DVD을 보았다. 미리, 다른 동영상으로 하이라이트 부분들을 잠깐씩 보았는데 이 DVD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3테너의 장점을 모두 가진 대단한 테너로 주목받던 것도 잠시, 요즘 컨디션 난조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그의 매력을 느껴보자 하고 선택한 DVD였는데, 그의 과장된 연기만 눈에 띄고 정작 노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로드리고가 주인공 같다. 내용상으로나 노래로나 로드리고의 역이 두드러져 보인다.

 비야손, 드웨인 크로프트, 샤이 2004.

 

이 DVD를 3번째 들으니 리카르도 샤이의 힘찬 오케스트라가 귀에 들어온다. 비야손의 연기는 대충 눈감고 노래만 들으면 정말 터져 나갈듯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최근 녹화이니 영상이나 소리의 질도 좋고 크로프트의 로드리고도 더 좋다.

 

도밍고와 카바예의 70년 줄리니 음반과 카레라스의 78년 카라얀 음반, 그리고 86년 카라얀 DVD. 이정도가 손꼽히는 명반대열인데^^

칼라스가 이 오페라 전곡반을 남기지 않은 것인가, 어디 흔적이 안보이네.

 

70년 줄리니반, 78년 카라얀반 모두 품절. 결국 86년 카라얀 DVD를 주문했다. 카레라스는 목소리나 외모나 카를로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카레라스와 마치 한 세트처럼 당시에 자주 공연한 카푸칠리도 로드리고에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발차의 에볼리가 몹시 궁금하다.

 카레라스, 카라얀 1986.

 

이 DVD...  필리포2세역의 FERRUCCIO FURLANETTO가 젊고 잘생겼다^^  그냥 막내 삼촌이라 해야할듯.. 가장 눈에 띄는것은 아그네스 발차이다. 88년 카르멘 영상에서는 정말 나이들어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는데 불과 2년전인 이 공연에서는 주역이 아니라 그런지 아주 제대로 내지르는 모습이다. 엘리자베타역의 젊은 소프라노가 너무 오버스러운 표정만 아니었다면 좀 더 좋았을것같다.

그런데, 중요 부분마다 템포가 너무 느리다는 느낌이다. 한 음, 한 음, 완벽히 연주하려는 듯한 집요한 느낌은 있지만 무대위의 노래와 장면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좀 방해하는 것 같다.  무대위의 주역이나 조역이나 모두들 너무 주변 상황을 살피느라 눈치 보는 것이 화면에 너무 적나라하게 잡히는데 이것이 상당히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관객들의 박수나 환호로 극의 흐름이 깨지는 상황이 없는 것은 참 좋다 ㅋㅋ.

 

몇가지 돈카를로를 들어보니 다시 이 DVD가 잡힌다. 특히, 발차의 에볼리는 따라갈 사람이 없을것 같고, 푸를라네토의 필리포2세도 점점 더 좋아진다. 연기도 푸를라네토가 가장 눈에 들어오던데, 목소리, 노래도 좋다. 찾아보니 아들 카를로역의 카레라스보다 몇살 어리다^^ 게다가 이 공연에 막판에 급작스럽게 투입되어 리허설 한번 없이 바로 무대에 올랐다는 글을 어디서 읽었는데, 더욱 대단해 보인다.

2008년 공연 실황을 누가 유튜브에 올려둬서 보았는데, 많이 힘들어 보이는 비야손과 킨리사이드의 로드리고가 나오는 공연이었다. 내게 가장 반가운 것은 바로 20년이 지나서도 더욱 멋지게 필리포2세를 노래하는 푸를라네토였다.

 

푸를라네토의 레포렐로나 돈조반니를 듣기위해 다시 모짜르트에 관심 좀 가져야겠다. 킨리사이드의 다른 공연도 좀 봐야지~

 

최근 요나스 카우프만이 카를로역으로 무대에 서나보던데 그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흐보로스토프스키의 로드리고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