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책으로 읽겠다 계획한 후 한달이 다 가도록 서문을 넘기지 못했는데, 올해 독후 활동으로 일단 밑줄긋기를 좀 해 볼 참이다. 책을 모두 읽은 후 조용히 책을 덮고 내용과 감상을 정리한다는 것이 책 읽는 시간을 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비교적 부담이 덜 한 밑줄긋기를 선택했다. 물론, 시간이 된다면 자연스레 감상도 함께 정리할 수 있겠지.
백범 스물 남짓한 때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 진사의 사랑에 드나들며 알게된 스승 고능선의 권유로 청나라를 다녀오게 된다. 평양, 함흥, 마운령등을 거쳐 압록강 건너 가까운 청나라쪽을 두루 살펴보고 돌아오는데, 함경도를 거치면서 쓴 글이 퍽 흥미롭다.
p70.
[ 함경도의 교육제도는 양서지방(평안.황해도)보다 일찍이 발달해 있었다. 아무리 가난해서 게딱지만한 집을 짓고 살더라도 서재는 반드시 기와집으로 지었고, 그외 동네에는 도청이 있었다. 도청은 동네 공용가옥으로 비교적 크고 화려하게 지어, 그 집에 모여 놀기도 하고, 이야기책도 보고, 짚신도 삼곤 했다. 동네 뉘 집에나 손님이 오면 식사를 대접하여 도청에서 자고 쉬게 했고, 무전객이 와서 자고 가기를 청하면 도청의 공금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규례가 있었다. 또 오락기구로는 북.장구.꽹과리.퉁소 등을 비치하여 두고, 동네사람들이 종종 모여 즐기기도 하고 손님을 위로하기도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
이름과 형태는 좀 다르겠지만 오늘날에도 시골 마을에 가면 어디나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있어 비슷한 형태로 운영이 된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담당 직원이 있고,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는 일이다. 백범과 별 상관없는 이 구절이 자꾸 눈에 밟힌다.
내가 지난번에 책을 읽으면서도 이 구절을 눈여겨 보았을까? 아마, 아니겠지. 똑같은 책을 몇번을 읽어도 그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도 다르고 같은 부분을 읽고도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더 읽을 때마다 그때의 생각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백범일지는 크게 상권, 하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그 집필 시기도 다르다. 상권은 1928년 53세때 2년에 걸쳐 집필했고, 하권은 1941년 66세 나이에 집필을 시작한다. 백범일지의 출간은 1947년에 이루어진다. 스스로 쓴 출간사에 밝힌 것을 보면, 상권은 자신의 어린 두 아들에게 자신의 일대기를 유서 대신 남기는 것이라 했고, 하권은 자신의 독립운동에 대한 경륜과 소감을 동포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결국 출간은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와서 살아 생전에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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