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오리지널 쓰리테너 콘서트 1990 로마

알리스슈바 2010. 11. 22. 02:14

 

 

이러저러한 경로로 모두 본 것이지만 DVD가 새로 나왔기에 얼른 샀다. 오래된 것이어서 그런지 화질은 좀 안좋다. 노래하는 세 명의 테너가 모두 젊은 모습이지만 다른 오페라 DVD를 통해 자주 보다보니 이 공연의 연도를 그리 의식하지 않고 보다가, 카메라가 관객쪽을 비추는 순간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1990년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등 어쩜 그렇게나 촌스러운지 ㅋㅋ

 

각자 하나씩 노래를 부른다. 한명이 퇴장할 때 다음 사람이 나오면서 서로 등을 두드리고 하는 모습이 좀 웃긴다.

한명씩 노래를 부를때는 잘 모르겠는데, 후반부 메들리에서 한 곡을 셋이 나눠가며 부를때에는 세 사람의 장단점과 차이점이 정말 확연히 드러난다. 같은 성부의 성악가들이 함께 콘서트에 서는 일이 흔하지도 않은데 당시 세계 최고라 할 만한 사람들이라니 한자리에 서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뭏든 대단하다.

 

내가 카레라스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 콘서트를 보니 그의 쇠퇴한 모습이 안타깝다. 87년 이전의 빛나는 음색이 아니다. 90년대의 카레라스를 더 깊이있는 내면의 목소리라 하기도 하지만, 이 공연만을 놓고 봤을때는 윤기를 잃은 모습이다. 도밍고와 파바로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분명 카레라스에겐 그만의 강렬한 무엇이 있는데, 이 공연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파바로티의 청아한 목소리가 심장을 파고든다. 파바로티는 정말 듣기 좋은 소리를 낸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그 특유의 발연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데, 콘서트에서는 그런 점이 없으니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도밍고도 이 공연에서만큼은 파바로티에 밀린다.

 

세 테너의 오래된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오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명은 파파할아버지가 된 오늘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한명은 조금은 우아하지 못한 뒷모습을 남기고 떠났고, 또 한명은 벌써 오래전 오페라 무대를 떠나 콘서트 소식만 간간히 들리고.

 

이 공연의 열기가 너무도 대단하여 그 후 한참을 더 쓰리테너 공연이 있었더랬는데, 생각만큼 공연의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카레라스의 한창때 목소리를 좀 들어야겠다. 도밍고와 파바로티에 밀리는 느낌의 카레라스를 보고나니 영 기분 꿀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