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오페라 공연

[열광]요나스 카우프만 내한공연 2015.06.07.

알리스슈바 2015. 6. 8. 12:33

내 심장이 뛰고있고, 내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 순간의 경험이 짜릿할 수록,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음이 아쉽고, 그만큼 더 소중하다.

 

말 그대로 최정상의 오페라 가수가, 그것도 요나스 카우프만이 내한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이른 봄부터 설레었지만, 막상 그 엄청난 티켓가격에 어느자리에 앉을 것인가 망설였었다.

내 마음속 넘버원,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의 공연이라면 망설임 따위 없었겠지만, 카우프만은 사실 이런 저런 말들도 많으니 혹시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했었는데... 나의 선택에 박수를~

 

일본의 세 도시를 거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라, 그의 컨디션이 좋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공연에 즈음해서 국내에 메르스 확산으로 어수선하여 혹시나 공연이 취소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이렇게 두근두근 공연을 기다려보긴 또 처음이네.

 

공연시작. 요헨 리더의 지휘로 유라시안필의 <운명의힘>서곡 연주가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카우프만의 노래 거의 모두 유명하고, 아름다운 곡들이다. 그냥저냥 쉽게 부를 수 있는 유명곡들이 아닌 것 맘에 든다.

그의 첫곡, <토스카>1막의 Recondita armonia. 첫 음이 시작되는 순간, 내가 심장 멎는줄...

오늘 공연 멋지겠구나~ 그곳의 모든 관객이 첫 노래에서 이미 빠져든 것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관객들의 환호에 반응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반듯하고 차분하면서도 관객 호응에 놀랍고 고맙다는 마음을 온몸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듯 했다. 그의 매너가 관객을 더욱 열광하게 한다. 가수와 관객 사이의 호응이라는 것이 이런것이겠지...

 

<라 조콘다>의 Cielo e mar. 사실 이 오페라에서 남자 주인공 캐릴터가 그닥 맘에 들지는 않는데(하긴, 오페라 남자주인공 맘에 드는놈 별로없지 ㅋㅋㅋ), 한창때의 비야손이 이 노래 부르는 것에 뿅~ 반했고, 그 후로 참 좋아하는 아리아인데, 카우프만은 자기 나름의 해석으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함. 마지막 소절에서의 그 섬세한 피아니시모에서 점점 강렬하게 폭발하던 그 순간은 정말 ...

 

<루이자밀러>는 한번도 본적 없는데, 레치타티보에 이은 아리아는 그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그는 역에 몰입하는 노래가 좋아..

 

1부의 최고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Mamma, quel vino ~

이 노래는 멋지게 노래만 잘 불러서는 결코 그 맛을 낼 수 없는 노래. 개인 콘서트인데도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역에 몰입하여 마치 지금 오페라 공연의 한 부분인듯이 이렇게 취중의 고뇌를 노래하는 투리두의 모습을 보여주는지... 브라보~

 

2부는 그러고보니 모두 프랑스 오페라. 그의 프랑스 오페라도 멋지지~ 독일남자가 이탈리아 오페라도 모자라 프랑스 오페라의 딕션까지 완벽하잖아~ 꽃노래 할 때, 장미 한송이 준비하지 않은 내가 아쉽다. 맨 앞자리가 아니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장미 한송이 소품삼아 건낼걸 아쉽 ㅠㅠ

 

DVD가 닳도록 봤던 베르테르를 내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 보고 있으면서도 믿겨지지 않는구만..ㅋ..

 

사실, 홍혜경님의 두 곡의 아리아도 말할 나위 없이 멋졌다. 카우프만이 주인공이니 어쩔 수 없지만, 사실 1부 Ebben~ 듣다가 소름돋았음~

적지않은 연세(?)에 몸관리의 증거를 어깨와 팔로 흐르는 매끈한 라인으로 보여주시며, 그 우아하고 기품있는 목소리~ 와~

 

베르테르 Pourquoi me reveiller 끝나고 자동 기립! 나도 모르게 그만 ^^  환호성 소리지르며 기립박수치는 내 모습 낯설다 ㅎㅎㅎ

 

앵콜. 진짜는 지금부터~

첫앵콜곡. E lucevan le Stelle. 좋아 좋아~ 뭐 자신있겠지~ ^^

두번째곡. Brindisi. 홍혜경과 듀엣. 좋아 더 좋아~ 와~ 둘이 진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같아^^ 춤까지~ 윽~

세번째곡. Du bist die Welt fur mich. 놀랍다. 세곡씩이나! 흠, 최근 음반도 내고 리사이틀도 하니깐 이런곡도 해준다 이거지 좋아 좋아~

네번째곡. Core n'grato. 와우~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많이 준비한거야!  디 스테파노가 생각난다. 멋지다~

다섯번째. Dein ist mein ganzes Herz. 합창석까지 천천히 한바퀴 돌면서, 전혀 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멋지게~ 마지막 한 음까지 정성들여 부른다.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냐.

 

 

(하필 카메라 설정이 이상해서 코앞에 두고 이런 사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