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오페라 공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메트 Mar.19.2011.

알리스슈바 2011. 8. 25. 00:55

돈 카를로 이후로 간만에 열심히 돌려보는 메트 공연이 생겼다. 바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이다.

cgv에서 메트 라이브를 영화 상영하고 있을때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미 드세이의 루치아는 2007년에 보았고, 50년대 주세페 디 스테파노 이후로 지금껏 맘에 드는 에드가르도가 없었기 때문에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cgv에서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 특히, 칼레야의 에드가르도에 대한 말들이 많아 메트홈피에 영상이 올라오기를 기다려 바로 보았는데, 역시... 3막의 에드가르도가 꽤 좋았다. (솔직히 사람들의 호평이 없었다면 별 관심없이 그냥 한번 보고 말았을지도 모르지^^)

 

칼레야의 목소리는 가볍고 높지만 날카롭지 않아서 좋은데, 그 심한 비브라토가 난 늘 거슬린다. 목소리만 놓고보면 베찰라가 더 맘에 드는데 2009년 네트렙코와 공연한 베찰라의 에드가르도는 연기도 노래도 별로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한번 볼땐 오~잘한다 했는데, 두번은 지겹다고나 할까... 1,2막은 좋았는데... 6중창도 좋았고...

 

이번 2011 루치아에서 1막이나 2막에서는 별 볼일 없는 칼레야다. 단, 가장 중요한 3막에서 정말 잘했다. 이전 호프만에서도 봤지만 그에게서 대단한 연기력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어색하지 않고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노래는 정말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교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었다. 2막 6중창이 별로 와닿지 않는것이 가장 큰 아쉬움 이었다. 내게 루치아는 이 6중창이 핵심인데..

 

드세이의 루치아는 2007년에 비하면 별로다. 1,2막에서는 너무 나이 들어보이는 얼굴이 몰입을 방해하고 노래도 힘이 없다. 3막도 섬세함은 있지만 광기어린 느낌은 덜하다.

 

 

베이스 연광철의 목소리와 노래 참 멋지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정말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셨구나.

 

메리 짐머만의 이 연출을 이미 여러번 보았는데도 이번 공연을 보면서 더욱 맘에 드는 것은 분명 드세이나 칼레야가 잘 소화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3막의 후반 여주인공인 루치아가 죽은 후 에드가르도 혼자 15분 넘게 노래를 해야하는데, 자살 부분에 죽은 루치아가 나타나 그를 데려가는 듯한 설정은 아주 적절했다. 남자 주인공 혼자 덩그러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썰렁(?)함도 없고, 그의 자살도 자연스레 설명이 되어 좋고,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혼자 모노드라마 하기가 힘들텐데 부담이 덜할 것이고...^^

 

몇번을 보았지만 다시 보아도 역시 3막에서 칼레야의 몰입이 느껴진다. 스스로 에드가르도가 되어 있으니 보는이가 감동할 수 밖에...

 

(흠 캡쳐를 하고보니... 쩝... 19금... 하지만 멋진 장면)

 

2009년 공연을 다시 보았는데, 3막 에드가르도 장면 만큼은 칼레야 승. 루치아는 네트렙코~

엔리코는 둘 다 좋지만 Kwiecien(뭐라 읽지?) 승. 라이몬도는 연광철~

 

루치아에서 비운의 새신랑 아르투로는 사실 관심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잠깐 등장하는 이 인물이 2막 결혼식 장면에서 메리 짐머만의 재미있는 연출 덕분에 눈에 띈다. 특히, 이번 공연에 나온 메튜 플렝크는 좀 개성있는 외모라 단번에 2007년 메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파이널에 출전한 테너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기억이 가물거려 오디션 영상을 다시 찾아 보았다.

작은 배역이지만 연기나 노래 모두 너무도 정성 들이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고 분명 다음엔 더 큰 배역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좌측이 아르투로역의 Plenk. 오른쪽은 엔리코역의 Tezier)

 

이 '아르투로'란 조역에 대한 잡담을 잠시 하자면....

아는 오페라가 몇개 안되던 시절, 내가 청교도의 아르투로에 푹 빠져있던 중에 이 오페라를 접하면서 '아니.. 아르투로가 같은 이름을 달고 이렇게 시시한 배역이라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사실 정략 결혼이라지만 가문의 위기를 탈출하려는 엔리코의 목적에 이용당하고 다른 남자와의 소문이 있는 여자와 결혼하면서 마냥 좋아하는 짐머만의 설정은 더욱 이 남자를 안쓰럽게 한다. 게다가 첫날밤에 신부에게 죽음을 당하기까지 하잖아 ...

보는 입장에서 맘이 편하려면 아르투로가 순진한 얼굴을 해서는 곤란한데(^^).. 좀 노골적으로 그녀를 취할 욕심에 찬 모습이어야지 응? 그래야 첫날밤을 거부하다가 정당방위 차원에서 우발적 살인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리가 되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면 대체 그녀는 왜 신랑을 죽이냐고.. 미칠려면 혼자 곱게 미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