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오페라 공연

돈 카를로 - 메트 2010.12.11

알리스슈바 2011. 4. 5. 15:14

Composer: Giuseppe Verdi
Librettist: Original French libretto by François Joseph Méry and Camille du Locle, based on the play by Friedrich Schiller


Nézet-Séguin; Poplavskaya, Smirnova, Alagna, Keenlyside, Furlanetto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and Chorus
Running Time: 3 hrs. 35 min.

 

플레이 타임이 세시간 35분이라... 좀 길긴 하군. 근데 4막짜리보다 역시 5막짜리가 더 내용상 짜임새 있긴 하다.

5막짜리에서는 약혼녀를 보려고 프랑스까지 간 돈 카를로가 숲속에서 그녀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숲속의 만남. 알라냐와 포플라프스카야)

로멘틱한 장면도 잠시 원래 필리포2세의 아들인 돈 카를로와 약혼이 된 엘리자베타였으나 그녀 아버지가 계획을 바꾸어 그녀를 필리포2세 자신에게 왕비로 보내게 되었다는 소식.

청천벽력의 소식을 듣고 사색이 된 두 남녀. 여기까지가 추가되는 내용이다.

2막에서는 절망적인 심정의 돈 카를로가 예배드리러 오는 왕과 왕비를 보게되면서 시작된다.(4막짜리는 이것이 1막 되겠다)

절망하는 그에게 친구 이상의 멋진 남자 로드리고가 있다.

 

 (푸를라네토와 그녀) 푸를라네토는 86년 이후로 필리포역을 얼마나 했을까.. 지금도 여전히 멋진 필리포2세.

 

(알라냐와 킨리사이드) 63년생과 59년생. 4살차이라구? 킨리사이드는 주름이 너무 많아 ㅠ.ㅠ 하지만 정말 멋진 로드리고...

 

이어 등장하는 에볼리 공녀. 스미르노바(?) 이분도 러시아 출신인가. 노래는 잘 하지만 완전 굵직한 저음. 콘트랄토 아니신지...

 

에볼리의 정원에서의 노래가 끝나고 로드리고의 주선(?)으로 엘리자베타와 돈 카를로의 만남.

 

계모와 아들이 되어버린 그 어색한 사이 만큼이나 멀찍이 선 두사람.

아버지의 여자. 그러니까 왕비님께 자기를 멀리 보내달라고 왕에게 청해주라는 부탁을 최대한 담담한 척 해 보지만, 'Mio figlio'라고 부르는 그 한마디에 확~ 감정이 터져버린다. 불쌍하고 힘없는 아들...

 

((근데, 요 며칠 알라냐 영상물들을 보면서 보니까 그가 시대극 의상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로미오나 카를로 멋져.

제비에서의 양복도 아저씨같고, 카르멘에서의 군복은 좀 더 멋지게 제작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완전 군기빠진 예비군 같고...))

 

바로 이장면. 여기서 알라냐가 엘리자베타를 '이자벨라'라고 부른다. 이게 알라냐의 실수일까. 아님 리브레토에 그렇게 있을까.. 확인해봐야지 ㅋㅋ...  뒷 부분에서도 한번 더 이자벨라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4막 감옥 첫장면이군)

(와~ 대본에 그렇게 되어있구나.. 다른곳에선 엘리자베타라고 하고 여기선 분명 이자벨라(Isabella)라고 씌여있다)

 

 

이 2막 뒷부분의 엘리자베타와 카를로의 만남은 볼 때마다 안타깝고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긴 하지만, 알라냐의 호소력 있는 연기가 더해지니 정말 더욱 멋지다. 철없이 사랑타령 했다가 '네 아버지를 죽이고 날 갖지 그러냐'고 호통치는 그녀 앞에 '으앙'하고 뛰쳐나가는 불쌍한 카를로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가 조금만 더 연기를 잘해주면 좋겠어~~~~

 

카를로가 나간 후 혼자있는 왕비를 나무라며 왕은 그녀의 측근인 백작부인을 프랑스로 돌아가라 명하고, 그녀 한 노래 한 후 퇴장.

로드리고와 단 둘이 남은 왕. 진정성을 가진 로드리고를 맘에 들어하며 아들과 왕비를 의심하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3막의 첫장면. 밤늦은 정원 분수옆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받고 엘리자베타일 것이라 생각한 카를로는 한껏 부푼 자신의 절절한 감정을 쏟아내는데, 베일을 벗은 그녀는 '앗!!!' 엉뚱하게도 그를 짝사랑하는 에볼리.

에볼리역의 스미르노바가 좀 뚱뚱하고 거의 친구엄마 수준이긴 하지만, 알라냐의 놀라는 연기는 거의 기절초풍 수준(으하하^^). 눈 똥그래진 알라냐 얼굴이 죽이는데, 화면을 작게 캡쳐하니 제대로 안느껴지네..암튼, 관객들 완전 빵 터지고, 나도 배가 아파 쓰러지겠다..... 그러나, 전혀 동요없이 연결해 주시는 에볼리 언니. 멋져~~

 

카를로가 사랑하는 사람이 엘리자베타임을 알게된 그녀. 마지막에 확실한 보복(^^) 한방 날려주신다. 머리끄댕이 확~ ㅋㅋㅋ

 

이 연출 볼 수록 맘메 든다. 화면도 이쁘고 장면 전환에서도 세련되면서 자연스럽고 의상들도 괜찮고.. 무엇보다 연기들이 리얼하다. 물론 각 배역들이 잘 소화해 줘야 하는거지만 아주 생동감 있고 스토리가 살아있는 연출이다.

 

에볼리가 떠나고, 중요문서를 넘겨달라는 로드리고를 카를로가 의심하자, '허'탈한 웃음 한방 뱉으면서 바로 멱살 잡아주는 로드리고. 1초만에 바로 착한 아가가 되는 카를로 되겠다.

 

이 오페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3막의 두번째 장면. 심장을 두드리는 관현악으로 시작해서 멋진 합창이 어울어지는데, 마지막 고음의 소프라노 노래와 함께 화형식이 거행되는 마지막까지 너무도 멋지다.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라가 수도원에 받아들여진 후 수도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부분과 함께 나의 최고의 장면들이다.

그리고, 이 장면을 정말 감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은 86년 카라얀의 실황 DVD이다. 카라얀의 녹음에서도 그 짜릿한 맛은 실황만 못했다.

 

피흘리는 예수의 얼굴이 누구를 뜻하는 걸까... 어쩌면 그들 모두...

 

 

4막의 첫장면. 푸를라네토는 손이 너무 섬세하게 잘 생겼다. 세월따라 얼굴도 목소리도 변했지만 손은 여전히 너무 아.름.답.다.

필리포2세는 이 한곡의 아리아 'Ella giammai m'amo' 로 오페라 전체를 지배한다. 최근 들어본 중에 이날 잘 한 것 같아~~

 

 

그녀의 보석함에 있던 카를로의 초상화를 두고 추궁하는 남편(!) 필리포2세.

포플라프스카야. 그녀가 심한 네모에 그리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늘씬하고 큰 키에 저 긴 금발머리가 왕비 포스를 풍기기엔 아주 제격^^

 

 

 4막 장면2. 카를로가 엘리자베타를 이자벨라라고 부르는 또하나의 장면.

 

최후의 로드리고의 아리아 정말 멋지다. 총맞고 쓰러지는 장면 완전 리얼. 숨넘어가는 장면.. 진짜 죽을거같음...

 

에스파냐를 위한 큰일을 하라고 로드리고가 대신 죽어줬건만, 폭동 세력이 들이 닥치는 가운데 갈팡질팡 명을 재촉하는 카를로. 대사제의 한마디 '신이 왕을 지켜준다'라나, 바로 폭동 진압 되시겠다. 교회 앞에 어린 양에 불과한 필리포2세.

 

필리포2세에게 'Ella giammai m'amo'가 있다면, 엘리자베타에겐 'Tu che le vanita'가 있다. 이 곡으로 오페라 종결인데, 그녀가 이곡을 부르기에 힘겨운 것은 아닐지 몰라도 아직 감동을 주기엔 많이 부족하다.

 

알라냐~ 유독 여주인공과의 장면에서 연기 폭발이닷 -,.-  목소리 들을 수록 묘~하네... 그나이에 우찌 소년의 감성이 묻어 나오냔 말이지...

 

The End. 서로 'per sempre adio'를 외치던 두사람 앞에 나타난 필리포2세와 대사제, 카를로 칼 맞고 그녀 품에 쓰러지자 수도사 복장의 필리포 아빠 등장~ 긴 스토리에 구멍이 많지만... 이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황당 하오~

 

((생각난 김에 78년 카라얀 녹음을 들어보니, 완전 느린 템포에 답답한 사운드, 그래도 카레라스의 카를로는 정말 최고다))

 

이건 DVD나오면 꼭 사야겠다.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멋진 작품인데... 호암아트홀 가서 이걸 볼 수 있다면.. 왕복10시간 켁~

 

 

(덧)

돈 카를로의 가장 멋진 부분.. 3막 2장의 웅장한 관현악과 합창이다. 여러 연주들 중에 카라얀의 86년 DVD만한 것이 없었는데, 이번 메트 공연이 맘에 든다. 들을 때마다 심장 두근거리게 한다. 벌써 이 실황을 많이도 다시 봤지만, 시간 없어 부분부분 볼 때에도 꼭 빼놓지 않는 것은 바로 이부분이다. 6명의 플랑드르 사절의 노래도 아주 좋다. 음향이 좋아 그런지 모르지만 야닉 네제-세귄의 지휘가 좋다. 이 쪼그맣고 귀여운 지휘자 앞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