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돈 조반니 DVD 비교 감상

알리스슈바 2012. 4. 5. 17:44

최근 알게된 국립예술자료원. 다양한 예술자료를 보거나 대출할 수 있는 도서관 같은 곳이다. 덕분에 한동안 DVD구입비용이 절약될 것 같다.

 

메트 <돈 조반니>를 본 후 집에있는 DVD들도 다시 한번씩 보고, 국립예술자료원에서 대출해서 몇개 봤다. 항상 그렇지만 비교 감상을 하게 되면서 해당 오페라 자체의 진면목을 조금씩 더 깊이 보게된다는 점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1) 메트의 2000년 터펠, 푸를라네토,플레밍 출연작

베르디와 푸치니로 시작해서 벨리니에 한참 빠져있던 즈음에 모두들 모차르트 오페라를 좋다기에 가장 구하기 쉬운 것으로 선택한 것. 레포렐로역의 푸를라네토만 눈에 들어왔던 첫인상. 전통적인 연출에 무난한 공연이었다. 계속봐도 질리지 않고, 그렇다고 그다지 좋은지도 잘 모르겠음. 그런데 최근 다른것들을 보다보니 체를리나역의 홍혜경이 참 어울리는 목소리와 노래를 들려준것같다.

2) 짤츠 2006년 햄슨,다르칸젤로 출연작

M22전집으로 나온 그해의 공연. 그중 코지판투테와 돈조반니 두개만 봤다. 코지판투테는 참 맘에 들었는데, 이건 명성에 비해 내겐 별로다. 란제리 차림으로 끊임없이 나오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은 그렇다쳐도, 무대장치가 정말 맘에 안들었다. 장면 전환도 참 썰렁하니 어색하고. 가수들 연기도 하나하나 뚝뚝 끊어지는 것이 서로간의 케미스트리를 별로 느낄 수가 없다. 돈조반니역의 햄슨도 레포렐로역의 다르칸젤로도 자신들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느낌이고... 좋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난 여러번 봐도 별로다

3) 르네 야콥스의 참신한 신작

출연자들이 모두 많이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연출이나 연기 모두 자연스럽고 재미있다.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연기에 노래도 모두들 잘 한다. 체를리나역의 임선혜도 좋다. 내겐 네개중에 가장 좋은 점수를 주고싶은 공연이다.

 

4) 아르농쿠르 지휘의 길프리 출연작

표지에 나오는 돈조반니역의 길프리와 돈나 엘비라역의 바르톨리가 역시 눈에 띈다. 바르톨리의 노래 실력은 그녀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똑같은 노래를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겹게 겨우 부르는지 보고나서야 그녀가 그 어려운 노래들을 얼마나 아무렇지않게 부르는지 알게 된다. 돈조반니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단연 로드니 길프리가 아닐까. 내가 가진 유일한 <피가로의 결혼>도 길프리가 백작역으로 나오는데, 백작 그 자체다. 외모나 연기나 노래나 뭐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함 그 자체다. 길프리외엔 안타깝게도 다른 출연진들은 맘에 안든다. 특히 체를리나는 정말 꽝이다. 이 영상을 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이유는 아르농쿠르다. 그의 지휘는 뭔가 남다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깔끔한 연주가 단연 최고다.

 

* 레포렐로는 위 네개중에는 푸를라네토가 최고다. 하지만 얼마전 본 메트 2011공연의 루카 피사로니가 그에 대적할 만 하다.

 

다른 봐야할 것들이 많아 잠시 중단하지만, 앞으로도 돈조반니는 볼 수 있는 모든 버전을 보고싶다. 대단한 모짜르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