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바그너 <신들의 황혼> - 바이로이트 1992

알리스슈바 2012. 5. 2. 23:16

GOTTERDAMMERUNG/ DANIEL BARENBOIM [바그너: 신들의 황혼/ 다니엘 바렌보임] 

(뒷표지 그림이 있으니 일일이 세부정보를 기록하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군....ㅋㅋ  Danke aladin)

 

박수소리도 없는 순수 연주 그자체만인 바이로이트 실황인데 270분. 반지 4부작 중에서도 가장 길다. 서막이 있고,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면도 많고, 사람도 가장 많이 등장한다. 군중 합창이 나오는 것도 반지에서 <신들의 황혼>이 유일하다.

 

그냥 결혼의 맹세를 깨고 딴여자를 취하는 것 정도로는 브륀힐데의 분노와 복수, 그에 따르는 신들의 멸망을 이야기하기 좀 부족했던가.. 약을 마셨다고는 하지만, 아예 브륀힐데를 잡아다 딴 남자에게 줘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지크프리트의 모습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즉흥적이고 가볍게 구는 모습은 약점을 지닌 영웅이라기보다는 ADHD 증세가 의심되는 아이같은 모습이다.

 

<발퀴레>부터 <지크프리트>, 그리고 일관성있게 <신들의 황혼>도 역시나 무대장치나 연기 연출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다. 특히, 하겐은 자신이 짠 계략으로 모두를 농락하고,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인데, 지크프리트를 죽이는 것까지 잘 해놓고나서 갑자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브륀힐데의 마지막 장면에서 멍청한 바보가 되어 주위를 서성대기만 하고, 오히려 브륀힐데의 장엄한 마지막 장면을 산만하게 만들기만 하는 설정은 많이 아쉽다.

 

앤 에반스의 지칠줄 모르는 카리스마가 멋지다. 그리고, 브륀힐데가 불속으로 뛰어든 후 마지막까지의 연주는 대단원답게 정말 멋지다~~

 

<라인의 황금>은 아직 바렌보임 버전을 못봤는데, 저 촐싹대는 톰린슨이 잘 어울리는 보탄이겠다.  아무래도 바렌보임의 반지는 영상보단 그저 듣는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한동안 몇가지 유명한 반지들을 보려면 이 좋은 날씨에 햇빛보기 힘들겠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