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의 황금>,<발퀴레>,<지크프리트>,<신들의 황혼> 네개 모두 빌려왔는데, 먼저 <발퀴레>가 손에 잡힌다. 이건 순전히 <발퀴레> 2막 전주곡때문이다. 지난번 바렌보임 반지를 볼때 <라인의 황금>은 빼고 본편 세개만 봤는데, 여러번 보다보니 <발퀴레>가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발퀴레>의 재미있는 부분 : 우선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눈맞아 도망가는 장면, 2막 전주곡과 보탄,브륀힐데 등장 장면, 브륀힐데와 지그문트의 만남 장면, 3막 시작부, 지글린데가 브륀힐데에게 고마워하며 떠나는 장면, 브륀힐데와 보탄 부녀 이별 장면과 마지막 불꽃 장면. 이 중에서도 2막 전주곡과 보탄,브륀힐데 등장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다.
<지크프리트>는 지크프리트가 노퉁 만드는 장면, 2막에서 미메 헛소리 장면, 3막 브륀힐데 만나는 장면. 적고보니 몇개 없네. <발퀴레>와 상연시간이 비슷한데 상대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전체를 볼때 <발퀴레>는 건너뛰고싶은 지루한 부분이 여럿 있지만, 지크프리트는 스토리상으로 건너뛰고싶은 부분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바렌보임의 <지크프리트>보다 불레즈판이 더 재미있다.
<신들의 황혼>은 3막에 서막까지 길이도 더 길고, 장면도 아주 많다. 과연 이렇게 많은 장면이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인상적인 부분은 하겐의 외침 장면, 지크프리트 죽음과 장송곡, 브륀힐데의 희생과 마지막 장면.
<라인의 황금>은 내용이 시시해서 재미 없는게 아닌것같다. 충분히 재미있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인데, 문제는 음악이다. 도입부와 발할성으로 들어가는 장면 정도가 겨우 기억에 남는 정도.
불레즈의 바이로이트 실황은 <라인의 황금>,<발퀴레>,<지크프리트>는 1980년 여름 <신들의 황혼>은 1979년 여름의 것이란다.
<발퀴레>의 지그문트역에 페터 호프만, 핸섬하고 늘씬한 몸매에 힘있는 목소리까지 정말 환상적인 지그문트다. 지글린데역의 알트마이어도 외모는 적절하다. 이 소프라노는 뒤에 <신들의 황혼>에 구트루네로 또 나온다. 2막 시작부분, 바렌보임처럼 강렬한 맛은 없지만 깔끔한 느낌이 드는 연주인 것 같다.
<지크프리트>. 불레즈판도 난 이상하게 지크프리트가 가장 재미있다. 만프레드 융의 첫인상은 그리 멋지단 느낌은 아닌데, 노래를 들을 수록 빠져든다. 바렌보임판의 지크프리트 예루살렘보다 더 좋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무척 마음에 들고, 미메와 방랑자도 좋다. 브륀힐데 깨우는 장면도 멋지다. 귀네스 존스의 입이 떡 벌어지는 대단한 파워 보컬에 밀리지 않는 지크프리트. 나의 완소 <지크프리트>로 명하노라. 무려 30년도 더 지난 이런 멋진 공연의 영상물을 내집 안방에서 즐길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
<신들의 황혼>. 바렌보임판보다 무려 12~13년 전의 것이지만 무대 연출도 연기도 몇배 더 멋지다. 여러번 들을 수록 <신들의 황혼>이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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