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다니엘라 데시와 세르게이 라린의 영상물로 이 오페라의 아름다운 음악에 흠뻑 빠졌지만, 복잡하고 앞뒤가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 흐름이 조금은 집중을 방해하고, 그에 따라 가수들의 연기도 뭔가 설득력이 떨어져서 조금은 아쉬웠던 오페라였다.
맥비카의 연출에 게오르규와 카우프만, 그리고 코벤트가든의 조합이 정말 이 오페라를 멋지게 완성시킨 것 같다. 부록 영상을 보니 ROH에서는 이 오페라를 거의 10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훌륭하게 잘 만들어줘서 박수~~~
이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 몇곡만 놓고 본다면, 게오르규나 카우프만이 그렇게 대단히 잘 부른 것이라 할 것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오페라가 아리가 몇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잖은가. 특히, 미쇼네의 캐릭터를 아주 잘 살려서 오페라 전체의 완성도를 높인점이 멋지다.
내용을 잠시 보자면...
1막. 코메디-프랑세즈의 무대 뒷편. 공연준비로 정신없는 배우들. 아드리아나도 무대에 오를 준비 중이다.
무대뒤에 구경온 부이용공작. 아드리아나에 대한 판에박힌 찬사 늘어놓는다.
아드리아나, 자신의 테마곡인 'Io son l'umile ancella del Genio creator' 불러주신다.
오랫동안 극장 관리인으로 함께 지내면서 아드리아나를 혼자 사랑해온 미쇼네. 삼촌의 유산도 생긴김에 고백하려 용기를 내는데... 에고, 그녀는 이미 다른 애인에게 온통 푹 빠져있네 ㅠ.ㅠ
이제 무대위 공연에 아드리아나의 차례가 다 되었는데, 그녀의 애인 마우리치오 등장. 그는 대충 한마디 말이 아니라 아리아 한곡 해줘야 한다. 'La dolcissima effigie' 부록의 맥비카의 말에 나도 동의하는데, 이탈리아 남자는 여자보고 '너 울 엄마랑 닮았어'라는 말이 최고의 찬사인가? 나도 이해안됨...
개인적으로 이부분 참 맘에 든다. 무대에서 연기중인 그녀를 뒤에서 지켜보며, 그녀의 연기와 대사 하나 하나 음미하며 듣고있는 미쇼네. 저렇게 황홀한 연기를 하고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아마도 그녀의 연기를 이해할 줄도, 이해할 생각도 없을 객석의 한 남자에게 가 있으니...
2막. 부이용공작의 빌라.
그녀의 정부인 마우리치오를 기다리며 부이용 공작부인 테마곡 한곡조~ 'Acerba volutta,dolce tortura' 아드리아나의 노래에비해 상당히 격정적이고 도발적인 느낌. 올가 보로디나는 다니엘라 데시의 영상물에서도 공작부인역을 맡았었다. 그땐 더 젊고 강렬한 외모에 목소리도 이 강렬한 아리아에 더욱 어울리는 짜릿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게오르규의 아드리아나에 전혀 밀리지않는 멋진 모습~
그녀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온 마우리치오. 아드리아나가 사랑의 증표로 준 제비꽃을 가슴에 꽂고 있던것이 부이용 공작부인에게 꼬투리 잡히자 눈하나 깜짝않고 가증스럽게 그 꽃을 '당신주려고 가져왔소'하며 내미는군..
사랑이던, 정치적 이용가치이던 이미 열정이 식어버린 남자와 뭔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여자의 모습.
공작부인의 추궁에 못견뎌 한곡조. 'L'anima ha stanca' 전에 데시의 영상물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던 것이 바로 이 부분. 완전 진지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이 시점에 부르면 어찌하나 했었는데.. 역시 한글자막이 필요한 거였어.
노래 내용이 " 내 마음은 지쳤고 목표는 멀고, 나를 괴롭히는 분노에,맹목적 비난까지 덧붙이지 마시오. 나 당신 도움 많이 받았소. 설령 사랑이 없어진다해도 내 마음속엔 따뜻한 추억이 자리할거요."
이런 소리 듣고 열받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역시 공작부인 한마디 "사랑이 불꽃이라면,우정은 재일 뿐!"
공작부인도 남편은 무서웠으니... 마우리치오가 그녀를 숨기고, 공작과 수도원장 들어온다. 저 벽면의 한자락 걷어올린 커튼은 진짜일까요~
그동안 아드리아나에게 자신이 삭소니백작의 기수라 속인것이 들킴. 하찮은 기수가 아니라 백작이라는데 웃으며 넘어가줘야지... 하지만, 아드리아나양~ 백작이라 좋아할 것이 아니라 남자 잘못 골랐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지 쯧~
마우리치오의 부탁으로 벽장속에 숨은 미지의 여인이 무사히 빠져나가게 도와주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연적임을 알아차린 두사람.
3막. 부이용공작의 저택. 파티~ 발레 '파리스의 심판'이 끝나고..
아드리아나의 모노로그. '페드라의 독백'. 불륜의 현장을 아들에게 들킨 후 어쩌고 하는 내용. 공작부인을 겨냥한 독설^^
4막. 아드리아나의 집. 절망한 그녀는 집에 틀어박혔다.
마우리치오의 이름으로 배달된 상자. 안에는 시든 제비꽃. 참담한 마음을 담아 한곡 'Poveri fiori' 하지만, 그 꽃에 독이 묻어 있었다나...
미쇼네의 편지를 받고 달려온 마우리치오. 자기가 사랑하는건 오직 아드리아나이며 공작부인에게 속았다고 그녀를 경멸한대나 어쩐대나... 그리고는 결혼하잔다. 저 시대에, 결혼은 남자가 여자에게 줄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선물이었을테지...
그녀가 죽고나면, 열렬히 사랑을 외치던 저 젊은 백작보다는, 언제나 한발 떨어져서 그녀를 지켜봤던 미쇼네가 더 아파하겠지...
북클릿에는 이 영상이 2010년 11월 22일과 12월 4일의 두 공연으로 만든것이라고 되어있다. 아마 두 공연중에 잘된 부분들을 합친거겠지. 영상물의 무대 세트와 의상, 가수들의 연기 하나하나 정말 마음에 들지만, 단지 음악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카우프만이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공연이 템포가 상당히 느린것 같은데, 이것도 역시 그런 느낌이고, 목소리나 노래로 본다면 세르게이 라린이 더 듣기 좋은것 같다. 2010년 11월 22일의 공연은 미리 들어보았는데, 그냥 녹음만 들어서는 그렇게 멋지단 생각을 못했었거든... 하지만, 영상물로야 이만한 것을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
부록영상에서 맥비카의 마지막 말씀~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는 한편의 오페라, 멋지지 않은가? 이 시대에 영화를 즐기듯이 저때는 오페라를 즐겼던거다. 지적인 허세로 가득한 오페라보다 이런 오페라를 보며 몇시간 즐기는 것이 뭐 어때서..."
ㅎㅎㅎ 바그너씨 들으란 소리 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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