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CD·DVD 리뷰

바그너 반지 - 코펜하겐 2006

알리스슈바 2012. 7. 5. 02:31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006년 공연된 <반지>. Michael Schonwandt 지휘.

 

20세기 현대를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연출 덕분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전편을 휘리릭 보게 되었다.

<라인의 황금>을 보는 동안에는 '아, 이거 다 보긴 할래나..'하는 마음이었는데, <발퀴레>부터는 연출도 점점 재미있고, 다음이 기대되고, 무엇보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상당히 안정적이고 괜찮았다.

지크프리트역의 Stig Andersen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지크문트로 나올때만해도 얼굴의 주름만 보이더니 지크프리트역을 정말 시원시원하게 부른다. 브륀힐데역의 Irene Theorin은 더욱 놀랍다. <신들의 황혼>에서 마지막까지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연출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지크프리트>에서 지크프리트가 미메를 죽이는 장면이다.

매번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납득하기 힘들었다. 사랑없이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키웠다고는 하지만, 자기를 죽이려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미메를 죽여버리는 것은 불필요하게 과한 행동이고, 인간미없는 괴물처럼 느끼게 한다. 절대적 강자인 입장에서 그냥 엉덩이나 걷어차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이 공연에서 지크프리트는 미메의 음모를 알고 순간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그 칼에 미메가 죽게 되고, 죽은 미메를 보며 한동안 슬픔과 회한을 나타낸다. 최소한 이정도는 되어야 그를 이해라도 하지..

 

지금껏 보았던 다른 영상물에서도 늘 포함된 북클릿을 훑어보곤 했지만 특별히 유용하게 느껴진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 영상물의 북클릿에 있는 연출자 Kasper Bech Holten의 글은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