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소설일까/클래식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성남아트센터 - 2016.10.31

알리스슈바 2016. 11. 2. 19:19

시월의 마지막 날 밤을 멋진 공연과 함께 했다.

성남아트센터는 처음이다.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앙상블시어터, 미술관까지 갖춘 멋진 곳이었다.

1,2층으로 구성된 콘서트홀은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홀을 가득 채우는 음악을 만끽할 수 있을만 한 아담한 994석 규모다.



공연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단원들이 조금 늦게 들어오더니, 조율을 마치고 기다리는데 이번엔 지휘자가 정말 정말 한~참~동안 기다리게 한다.

드디어, 프로코피에프의 1번 교향곡 시작. 15분 짜리 아주 짧은 교향곡. 단원들의 연주 모습에서 정돈된 긴장감도 없고 그냥 연습하듯이 휙 휙 하는 것 같은데, 어째 소리는 전체가 하나의 소리 같다. 


이어지는 쇼스타코비치의 피협1번. 예습으로 한 두 번 유자왕의 연주를 들었는데, 손열음은 어떨까. 트럼펫 주자는 잘 할까...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자가 하는 협주곡은 솔직히 별 기대를 안한다. 말 그대로 협주인데, 맞춰볼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한번 리허설이나 했을까 싶을때가 많으니까.

저 혼자 잘나면 뭐하나, 서로 호흡이 안맞으면 꽝인데... 

암튼, 곡 자체도 재미있고,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도 한개같고, 첼로도 한개, 비올라, 베이스도 한개인듯이 깔금한 하나의 선율로 흐른다. 멋지다. 트럼펫이나 피아노가 살짝 템포가 안맞다 싶으면 순식간에 현악기들이 한몸으로 귀신같이 템포를 맞춘다, 헐~  3미터 눈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얘들이 사람인가 싶네 ^^


인터미션 후 2부는 프로코피에프의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발췌한 곡들. 

<몬테규가와 캐퓰릿가>, <수도사 로렌스>, <마스크>, <줄리엣 무덤앞의 로미오>, 그리고 <티볼트의 죽음>.

바로 며칠전에 예술의전당에서 이 발레 공연을 봤는데, 그 여운이 아직 생생해서 눈 앞에 발레 공연 장면이 겹쳐져서 더욱 강렬한 음악으로 다가왔다. 

마린스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화려한 공연. 


첫 앵콜곡을 소개하는 게르기예프의 목소리.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오페라의 전주곡. <운명의 힘> 서곡이다. 템포가 너무 빠르다. 게르기예프 스타일이 대체로 이렇게 휘몰아치더라만, 좀 아쉽다. 그래도 연주는 끝내준다. 심장 터질듯.

두번째 앵콜곡.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와~~~ 이렇게 섬세하게 감미롭게.... 

<운명의 힘>에서 마구 휘몰아치더니, 여봐란듯이 말랑말랑 녹여준다. 들었다 놨다, 쥐었다 폈다.... ㅋ



전체 프로그램과 두 곡의 앵콜곡이 완벽한 한 세트다. 인사 두번 하더니, 휙~ 나간다. 쿨하다고 해준다. 


ps. 이 멋진 공연을 눈앞에서 생생히 즐길 수 있게 해 준 선배언니께 감사^^